검찰이 밝힌 전모…산자부 관리 “석탄公 사장 지원하라” 전화
한 전 총리 측 “가장 허술하고 가장 엉성한 공소장...가치 없어”
온종림 기자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그간 검찰이 수사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23일 “검찰 수사의 핵심은, 한 전 총리가 자신에게 공기업 사장 자리를 청탁한 곽영욱(구속) 전 대한통운 사장을 위해 실제 공기업 인사에 개입했고, 그 대가로 5만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곽 전 사장의 인사에 당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고위공무원들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
이 사건은 지난 9월 검찰이 대한통운 비자금 조성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 11월 횡령 등의 혐의로 곽 전 사장을 구속한 뒤, 곽 전 사장의 비자금 사용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금품수수 단서를 포착했다.
신문은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1998년 대한통운이 한 전 총리가 운영하는 여성 단체 행사에 경비를 지원하면서 곽 전 사장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곽 전 사장의 자녀 결혼식에 한 전 총리가 참석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곽 전 사장은 2005년 6월 대한통운 사장에서 물러난 뒤 한 전 총리에게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는 것.
이에 한 전 총리는 2006년 산업자원부측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해 11월 말 이원걸 산자부2차관이 곽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하라”고 했다. 산자부 과장도 곽 전 사장 집으로 와 석탄공사 사장 지원 요령 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 무렵,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총리 공관 오찬에 정세균 산자부 장관(현 민주당 대표) 등을 초대할 테니 참석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곽 전 사장은 자신을 위해 애써준 데 대한 감사 표시로 한 전 총리에게 줄 5만 달러를 준비했다.
2006년 1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오찬을 주재한 한 전 총리는 정세균 산자부 장관에게 “곽 전 사장을 잘 부탁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곽 전 사장은 다른 참석자들이 나간 뒤 각각 2만 달러와 3만 달러가 든 편지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이 이듬해 1월 석탄공사 사장 자리에 오르지 못하자 한 전 총리는 곽 전 사장에게 “이번엔 임명되지 않았으나 곧 다른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두 달 뒤인 2007년 3월 곽 전 사장은 한국전력 임원으로부터 “한전 자회사 사장에 지원하라”는 연락을 받고 지원서를 접수, 2007년 3월 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발전 사장이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여전히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향후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한명숙 정치공작분쇄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검찰이 발표한 한 전 총리 수사 결과에 대해 “매우 취약한 지위에서 검찰의 압박에 쉽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특별히 신빙할 만한 정황’이 없는 주장은 진술로서의 가치가 없다”며 “(이번 기소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 가운데에서도 가장 허술하고 가장 엉성한 공소장”이라고 했다.
이를 의식한 검찰도 이날 구체적 수사 내용에 대해선 “법정에서 밝히겠다”며 ‘카드’를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이 확보한 각종 진술과 증거를 미리 공개해봐야 한 전 총리 측에 ‘힌트’만 줄 뿐 재판에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도 검찰 관계자는 “우리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다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