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안돼…균형발전 지킬 것"
특임장관은 1998년 폐지됐던 정무장관의 명칭을 바꿔 이명박 정부 들어 11년만에 부활됐다. 역대 정무장관 혹은 무임소 장관은 각 정권 실세들이 담당했던 요직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박철언 정무장관은 '6공 황태자'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누가 특임장관을 맡게 될 것인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관심사였다. 집권 초기 권력 내부에서 갈등이 표출된 것은 이 대통령이 특임장관의 빈 자리를 쉽게 채울 수 없었던 이유가 됐다. 누가 앉든 '특임'을 맡을 인물로 보기보다 '실세'로 지목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개각을 단행하면서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을 초대 특임장관에 내정했다.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과의 소통에도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9.3개각의 콘셉트는 '통합과 화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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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장관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서도 눈독을 들인 주 장관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또 대선기간에는 수행실장을, 당선 후에는 당선자 대변인을 지낸 측근 중의 측근이다. 이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참모로 꼽히며 주 장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
주 장관 내정을 두고 청와대는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당과 국회 안팎에서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을 보임으로써 여야에 두루 신망이 두터우므로 정무수석실 등과 유기적으로 잘 협조해 당·정·청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일 창간4주년을 맞은 뉴데일리는 세종로 정부청사 8층에 위치한 특임장관 집무실에서 주 장관을 만났다. 특임장관실은 현재 직원수 41명의 '미니부처'다.
주 장관은 속 깊은 차(茶)를 닮은 정치인이다. 마주하면 자연스레 편안한 대화가 이어진다. 실제 주 장관은 차에 대한 조예가 깊기로 잘 알려져있다. '포용력' '친화력' 등은 그를 표현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주 장관은 자신에 대한 외부 평가에 "스스로 친화력이 있다고 생각않는다. 난 오히려 내성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저 남을 편하게 해주려는 노력을 하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 하다보니 그렇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자기정치 않을 사람"찾던 MB, 초대 특임장관에 주호영 낙점
특임장관의 역할을 물으니 곧바로 "소통과 공유"라는 답이 나왔다. 주 장관은 "과거 정무장관과 거의 같다. 정무 역할에 대통령이 특별히 주는 업무가 더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임 초기에는 과거 정무장관직이 없어지면서 롤모델도 없어져 구체적 업무 방향을 놓고 고민했다"면서 "서서히 조직이 구성되면서 당과 소통 채널을 많이 개통하고 정부, 국회, 당 사이에 있는 인식 차이를 좁히고 서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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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장관이 생각하는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는 장치 또는 기술"이라고 한다. 주 장관은 "동양적으로 볼 때는 '국민통합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동양의 성현들은 모두 국민통합을, 바로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요체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국민통합'을 현대적인 말로 표현하면 '갈등을 푸는 장치'라는 게 주 장관의 해석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 수정 문제가 '정쟁(政爭)'으로 비화되는 양상은 주 장관이 크게 우려하는 점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정치권이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국익과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적 토론을 선택하기 보다 감정적 대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 장관은 "세종시 문제는 정책의 문제지 정치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소리높였다. 주 장관은 "누구 목소리가 크냐는 싸움은 합리적 토론을 통해 타당한 결론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된다"며 일부 정치권의 반발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감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회적 풍토 때문에 들이는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다"면서 "민주주의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생들이 지금 모습을 배워 정치 선진화로 가는 시간이 더뎌질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주 장관은 세종시 문제가 첨예한 갈등이 합리적 토론으로 풀리는 전례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한국정치가 갈등을 풀기보다 재생산하니 정치인이 설 땅이 잘 없는 것 아닙니까"
세종시 수정 필요성에 대해 주 장관은 "나라 전체를 생각해 보자"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세종시 면적이 2200만평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표현이 거기서 나온 것"이라며 "(부처 이전만으로) 어떻게 이 곳을 채우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주 장관은 "이 대통령도 2200만평이라는 것을 보고 '큰일났다'고 생각했다"면서 "합리적이고 진정성을 가진 대안을 내놓으면 지역주민과 국민이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에 교육과학비즈니스 벨트가 포함될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기업까지 포함되는 치밀한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장관은 특히 세종시 수정 추진때 타 지역에 피해가 가지않는 균형발전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이 돼선 안된다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업도시, 혁신도시를 추진하는 타 지역이 가질 수 있는 우려를 차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같은 부작용을 "가치 배분 왜곡"으로 주 장관은 설명했다. 주 장관은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른 지역에 비해 과도한 혜택이 주어진다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타 지역이 유치한 기업을 끌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익성과 형평성을 지키면서 타 지역 입주가 논의되던 기업은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이 강조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지난 9월 3일 국무총리 내정자 신분이던 정운찬 총리가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학자 시각에서 봤을 때 (세종시 원안 추진이) 아주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하며 촉발된 세종시 문제가 석달 동안이나 지지부진 논란이 반복되도록 만든 정부 책임을 지적했다. 주 장관은 "당초 수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정부가 내용을 많이 준비해서 논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도 많이 흘렀고 여론이 분열된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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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관말정(中官末政), 무슨 거창한 말 같지요?"
주 장관은 다시 '정치 선진화'로 돌아갔다. 그는 "어렵긴 하지만 한국 정치가 좀 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정치풍토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우리 사회 선진화를 이야기할 때 국회가 자주 걸림돌이나 장애로 꼽히는데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실제 외국인사를 만나면 한국 국회에서 나오는 뉴스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국회 멱살잡이'가 자주 보도되기 때문이란다. 주 장관은 "국회 선진화는 법조문을 손봐서 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 법으로도 완벽하지만 그대로 안지켜지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몸으로 막고 싸움을 벌이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현행 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을 지역구를 둔 재선 의원인 주 장관은 '중관말정(中官末政)'이란 말을 만들어 냈다. 주중에는 장관직 수행에 충실하고 주말에는 지역활동을 포함한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과거보다는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 까닭에 주 장관은 지역주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다.그는 "정부 일을 하면 그만큼 우리 지역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양해해주는 분도 있지만 '그래도 기본이 국회의원인데' 하는 불만도 있을 수 있지 않겠나"면서 "산행도 하고 교회나 성당도 찾아 지역주민과 많이 접촉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리 걱정 말고 서울서 나라 일 잘하라고 걱정해주는 분도 생기고 있다"며 웃어보였다.
"'시절 인연'…민주당, 지방선거 직후라도 곧바로 개헌논의 준비해야"
주 장관은 내년 주요 과제로 개헌문제를 꼽았다. 그는 "'시절인연(時節因緣)'. 어떤 시절이 돼야 그 일이 된다는 것, 때가 되면 무르익는다는 뜻"이라며 내년이 개헌논의에 가장 적절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주 장관은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면서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전에 못하겠다면 끝난 뒤에라도 곧바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장관은 "지금까지 개헌은 집권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추진했다면 이번에는 국회가 주도해 진짜 나라 백년대계가 될 헌법을 만드는 최초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개헌특위를 만들어 결론을 내면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개정논의에 착수할 경우 미래를 내다보고 국제질서에 뒤떨어지지 않고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좋은 헌법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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