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3만원 건넨 할머니, 수제비집 찾아 "대선 때 약속 지키려고 왔습니다"
2일 대구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3차 지역발전위원회'와 경북 달성군 낙동강 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한 뒤 서문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서문시장은 대선 기간 중 이 대통령이 수차례 찾았던 곳으로 당시 손수제비집을 운영하는 김기순(82) 할머니와 노점상 박종분(61.여)씨 등에게 다시 찾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날 방문도 민생탐방과 함께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로 이뤄졌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지난 2006년 8월 이 대통령을 끌어안고 "살려주이소"라며 눈물을 흘렸던 박씨는 이날도 이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글썽였으며, 지난 2007년 8월 이 대통령에게 용돈 3만원을 건네 화제를 낳았던 박 할머니는 당뇨로 병원에 입원한 까닭에 딸인 최영아(58)씨가 대신 맞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해서 그 약속을 지키려고 왔다"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박 할머니의 손수제비집에서 수제비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뒤 최씨의 권유로 즉석에서 휴대전화로 박 할머니와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은 "할머니, 나 대통령이에요. 내가 그 때 국수 한 그릇 먹고 당선됐잖아요"라며 반가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왔을 때는 무슨 맛인지도 몰랐는데 오늘은 제대로 음미했다"면서 "아프신데 걱정하실까봐 말하는데 돈은 내고 갈게요"라고 농담해 주위의 폭소를 자아냈다.
약 1시간 20분간 서문시장에 머문 이 대통령은 털장갑, 붕어빵, 내복 등을 구입하며 시민과 인사를 나눴다. 시민들은 "사교육 없애주세요" "경제 살려주세요" "4대강도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며 박수로 환영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가 잘돼야 한다. 서문시장이 잘되면 대구 경제가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문시장 방문에는 김관용 경북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주호영 특임장관,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 등이 수행했다.
대구로 향하기에 앞서 이 대통령은 예정에 없이 철도공사 비상상황실을 방문해 철도노조 파업 현황 및 철도운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고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철도적자가 누적되고 서민 불편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파업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어떤 일이 있어도 원칙은 지켜져야 하며 법이 준수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라며 "철도청이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전용'이 아닌 '일반' KTX를 타고 대구로 이동했다. 통상 대통령은 경호상 이유로 수행원과 경호관들만 타는 '전용편'을 이용하지만 이날은 '전용객실' 이외 다른 객실에는 일반승객이 탑승할 수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사태를 감안해 일반승객도 탈 수 있도록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면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국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주말인 지난달 29일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운행이 40% 가량 중지되면서 열차 이용객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 일부 참모는 경호문제를 들어 반대 의견을 내놨으나 이 대통령은 "열차를 못타는 승객이 있다는데 어떻게 이를 모른 척 하느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