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 William Wordsworth(1770~1850)
하늘의 무지개 보면 내 가슴은 뛰어요
나 어렸을 때 그러하였고
어른인 지금도 그렇답니다
늙어진 연후에도 그러하기를
그런 감동 없으면 죽어야지요!
어린애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건대 내가 사는 하루하루가
타고난 경건함에 얽혀 있기를
시청 앞 광장을 잔디밭으로 가꾸어 일 년 내내 푸른 잔디를 볼 수 있게 한다기에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의 눈을 시원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서울시의 살림을 지탱할 수가 없기 때문인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울 광장’에는 각종 행사가 벌어집니다. 더울 때는 많은 천막들이 들어서서 무슨 장사를 하는지.
시청사 앞에서는 밤마다 요란한 음악회가 벌어지고 추운 겨울에는 아이들의 스케이트장이 마련되어 시청 앞은 항상 붐비기만 하고 휴식이 전혀 없습니다. 시청과 푸른 잔디는 이제 전혀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디자인 운운하는 시청 앞의 어지러운 디자인은 서울시를 매우 지저분한 도시로 만들고 있습니다. 시장께서도 워즈워스를 좀 읽고,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터득하시기 바랍니다.
광화문으로 가는 큰 길에서 백년 가까이 되었을 은행나무들이 뽑혀 없어질 때 우리는 모두 의아스런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나무들을 그만큼 키우기가 어려울 텐데! 거기 앉아계신 세종대왕의 모습을 매일 대하게 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 어른이 은행나무 고목들 사이에 계시면 안 될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민족의 유산인 구 총독부 청사를 하루아침에 박살이 나게 한 이는 누구이던,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민족이 공유해야 할 유산을 마음대로 처분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요새는 광화문 그 길을 가기가 역겹습니다. 놀이터를 왜 거기다 만들어 서울시의 체면을 그렇게 손상시킵니까. 시민들을 위해서라고 항변하십니까. 시민들의 놀이터는 좀 한적한 곳에 따로 만드시고 육백년 도읍지의 품위를 지켜주셔야지요.
청계천을 복원한 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양성의 품격을 이렇게 추락시키고 18대 대통령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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