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형기자
한국에 박지성이 있다면 일본엔 혼다 게이스케(24·CSKA 모스크바)가 있었다.
일본이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을 맞아 미드필더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며 1-0 신승을 거뒀다.
일본은 한국시각으로 14일 오후 11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의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E조 경기에서 카메룬을 1-0으로 물리쳤다.
FIFA 랭킹 45위인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 FIFA 랭킹 19위인 카메룬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공격력을 선보이며 '죽음의 조'에서 가장 중요한 첫 경기를 잡는 최대의 수확을 거뒀다.
◇혼다 게이스케, 기대주에서 일본 '국민 영웅' 급부상
특히 나카무라 슌스케(요코하마 마리노스)를 대신해 일본팀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혼다 게이스케는 공격형 미드필더임에도 불구 이날 원톱 공격수로 출전, 한 발짝 더 뛰는 플레이로 공수 양면에서 일본팀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카메룬에 '불의의 일격'을 가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사실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대표팀 평가전에서 연패를 기록, '침체의 늪'에 빠졌던 일본은 이날 게임에서도 강팀 카메룬을 맞아 상당한 고전이 예상됐었다. 해외 도박사들 역시 주저없이 일본팀의 전력을 최하위로 분류, 카메룬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약체로 손꼽았었다.
그러나 축구공은 둥글었다. 특히 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처럼 일본은 전혀 예상밖의 전술과 선전을 펼치며 카메룬을 전반 내내 압도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미드필드에 5명을 포진하는 극단적 전술을 들고나온 오카다 감독의 전략은 적중했다. 미드필더 숫자에서 우위를 보인 일본은 특유의 조직력이 되살아나며 카메룬의 공격루트를 철저히 봉쇄했다.
미드필드에서 강한 압박을 받아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던 카메룬은 급기야 전반 38분 마쓰이 다이스케(그레노블)의 패스를 받은 혼다의 기습적인 슈팅으로 선취점을 빼앗기는 우를 범했다.
◇마쓰이 'OUT' 아실 에마나 'IN' 카메룬 공격 '부활'
후반들어서도 양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중원을 완전히 장악한 일본은 카메룬의 패스루트를 미연에 차단, 슈팅까지 이어지는 기회 자체를 틀어막았다.
어쩔수 없이 공격진과 미드필더간의 간격차가 계속 벌어진 카메룬은 아기자기한 패스보다는 전방 깊숙히 찔러주는 롱패스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플레이로 일관했다.
결국 카메룬도 카드를 빼들었다. 아실 에마나(베티스)를 중원에 투입, 개인 전술에 의한 공격 활로 모색에 나선 것.
특히 전반 내내 카메룬을 괴롭히던 마쓰이 다이스케가 교체돼 나가자 사무엘 에투(인터밀란)를 필두로 한 카메룬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패스 미스가 줄고 롱패스에 의한 전방 침투가 효과를 발휘하며 일본팀 문전을 여러차례 위협하는 모습이 연출되기 시작한 것.
시간이 흐를수록 카메룬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에 따라 후반 초반까지 중원을 지배하며 카메룬을 압도했던 일본은 선수 대부분이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어렵사리 얻은 1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그대로 읽혀지는 듯 했다.
◇양팀 한 차례씩 골대 맞혀…후반 막판 카메룬 '폭풍공격'
그러나 일본팀에게도 또 한번의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주장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가 강하게 찬 볼이 리바운드 돼 문전 왼편으로 달려오던 오카자키 신지에게로 흘러가는 절호의 찬스가 생긴 것. 신지는 지체없이 자신에게 다가온 공을 왼발로 차 넣었으나 아쉽게도 골포스트를 통타, 밖으르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전후반 통틀어 (혼다의 골을 제외하고)일본팀에게 가장 아쉽고도 결정적인 골 찬스였다.
카메룬도 골대를 맞히는 불운을 겪었다. 후반 5분경 에릭 막심 추포 모팅(함부르크)이 먼거리에서 강하게 때린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간 것. 조금만 각도가 오른쪽으로 틀어졌다면 통쾌한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후반 40분부터 인저리타임 4분여까지 약 9분간 카메룬의 폭풍같은 공세가 몰아쳤지만 일본팀의 탄탄한 수비진은 이를 온 몸으로 막아내며 혼다의 한 골을 끝까지 지켜내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카메룬보다 한 발짝 더 내딛는 활기찬 움직임을 보인 일본이 개인기가 뛰어난 카메룬을 맞아 한 골차 승리를 거두며 향후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반면 카메룬은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의 강호와 맞붙기도 전에 일본에게 무릎을 꿇음으로써 앞으로 남은 E조 예선 경기에서 험난한 여정을 걷게 됐다.
◇일본, 아프리카 킬러 입증…카메론 상대 '무패행진'
한편 일본은 이날 승리로 두 가지의 기록을 세웠다. 월드컵 첫 원정 승리와 함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아프리카 팀을 맞아 전승 행진을 이어가게 된 것.
일본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러시아에 승리를 거둔 뒤 8년 만에 본선 승리를 거뒀다. 또 원정 경기에서 처음으로 승리를 얻는 감격도 누리게 됐다. 일본은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6전 1무 5패를 기록한 바 있다.
'아프리카 킬러'로서의 명성도 잇게 됐다. 일본은 카메룬에 역대 전적 3승 1무로 앞서는 천적 관계를 유지하게 됐고 월드컵 본선에서도 아프리카 팀과 싸워 모두 승리를 기록하는 갚진 자산을 얻었다.
일본의 1:0 승리로 E조에선 덴마크를 2-0으로 물리친 네덜란드가 1위로 올라섰고 골득실차에 밀린 일본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카메룬과 덴마크는 3,4위를 기록해 향후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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