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3일 목요일

첫 1인 8표제, 누구 찍었냐 물었더니…

중선거구제 오해해 한 번에 2명 찍기도 하고
방금 뽑은 후보 이름도 기억 못해…“굳이 뽑아야하나?”

 

최유경기자

 

6.2 지방선거가 한창인 전국의 투표장에서 4장씩 총 8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든 유권자들은 바뀐 투표제도에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는 모습을 보였다.

4장의 투표용지에만 투표를 하고 투표장을 빠져나가기도 하고 중선거구제로 진행되는 지역구 시군구의원 선거에서 1명이 아닌 복수투표를 한 유권자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찍은 ‘후보’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기도 했다.

◇ “2명 찍는 거 아니었어? 바꿔줘”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한 주민자치회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1차 투표용지를 받은 한 할머니는 4명의 기초의원과 교육감, 교육위원 등의 선거를 마친 뒤 귀가하려다 참관인의 제지를 받았다.

이후 1차 투표를 마친뒤 바로 2차 투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참관인을 집중 배석시켰으나 일부 유권자들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면서 일부 투표용지를 내밀며 “안찍은 것도 그냥 넣어도 되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지역구 시군구의원 선거에서는 투표 방식을 혼돈한 유권자들의 ‘사표’도 줄을 이었다. 한 선거 참관인은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선거운동을 경험한 사례가 구의원, 시의원 선거인데 우리 지역구에서 2명 뽑는다는 얘기만 듣고 2명 이름에 도장을 찍으신 분들이 용지를 바꿔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지역구 시군구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로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을 뽑는 게 아니라 득표순으로 최소 2명, 최대 4명을 뽑는다.

◇ “막상 투표장 들어가니 마음 바뀌어”
생애 첫 투표를 마친 대학생 김희영 씨(21)는 투표장에 들어가서 몇 분이나 망설였다. “첫 투표인만큼 아무나 뽑고 싶진 않았거든요. 후보자들 경력도 살펴보고 나름 마음을 정하고 갔는데 내 손으로 지역일꾼을 뽑는다니까 마음이 무거웠어요.”

고준명 씨(24)는 집을 나서기 전 부모님으로부터 번호를 부여받았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라는 엄명(?)을 받은 셈. 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낸 엄청난 물량의 후보자 유인물을 보고 질색했던 터라 투표 자체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마음을 돌렸다.

아무나 지자체장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고 씨는 “정치인들을 욕하더라도 투표 안하는 사람은 욕할 자격도 없다”면서 “결국은 내가 옳다고 생각한 사람을 찍었다. 난 이제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 “아, 그 이가 누구였더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많은 지역의 경우 한 선거구의 후보만 약 30명에 달한다. 8번의 선거를 한꺼번에 해치우는 전례 없는 선거방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누구를 찍었는지 모르는 유권자들도 상당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투표장 앞에서 만난 유권자는 “서울 시장, 구청장까지는 기억하나 솔직히 구의회나, 교육위원은 기억이 안난다”면서 “굳이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유권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옆의 한 아주머니는 메모지에 투표할 후보의 이름을 적어 오셨다. 민주주의도 좋지만 한 번에 8명은 좀 심한 것 같다”며 바뀐 투표 방식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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