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현기자
겨울방학을 시작하기도 전에 해외 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이 늘고 있어 초등학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위 부자 동네 강남3구 지역은 특히 반마다 3~5명씩 빈자리가 생기는 곳도 있어 기말고사 일정 차질은 물론 다른 학생과의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현행 교육과정상 초등학생은 수업일수(210일 가량) 중 2/3 이상만 출석하면 진급·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주 이상의 영어 해외연수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몇년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되어 왔던 것이 경기 침체로 다시 줄어드는가 하더니 다시 불거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교생이 400명이 채 되지 않는 서초구 A 초등학교의 경우 지난달과 이달 초 영어연수를 떠난 학생이 40여명에 이른다. 인근 B 초등학교도 비슷한 상황. B학교의 경우 지난달 “가급적 방학 이후로 연수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가정통신문까지 발송했지만, 벌써 수십명의 학생들이 무단결석 중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B학교 관계자는 “(해외연수를 떠난 학생의)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이미 결석한 학생만으로도 학사일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떠났기 때문에 성적평가나 생활기록부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외연수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여기에 끼지 못한 소위 ‘국내파’ 학생들과의 위화감도 조성되고 있다. 4주간 미국과 캐나다로 떠나는 초등학생 해외연수 상품의 가격은 대략 1000만원선. 프로그램도 어학연수 외에 대부분 관광과 쇼핑이 포함돼 있고 특히 남반구(호주, 뉴질랜드)로 떠나는 상품에는 호화 스키여행을 끼어 있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법적으로 해외연수를 강제로 금지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교육당국은 연수에 참가 중인 학생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가진 자들의 해외 체험학습이 학기 중에 이뤄지면서 교실 내에서도 해외파와 국내파 학생들의 위화감만 조성되고 있다”며 “한 학기 이상 외국 연수에 나서도 아무 제재가 없는 초등교육의 현실은 다소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