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용 전 민노총 위원장 '골리앗 전사의 노동운동 이야기'출간, 민노총에 쓴소리
이갑용(52)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자신의 23년 노동운동의 발자취를 다룬 서적에서 한때 수장으로 몸담았던 민주노총을 상대로 쓴소리를 내뱉었다.
'길은 복잡하지 않다'라는 제목의 노동서적을 낸 이 전위원장은 15일 오후 울산 동구청 대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는 서문에서 "제도권에 들어간 민주노총은 썩기 시작했다"면서 "위기의 시기를 잘 넘기면 바르고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골리앗 전사 이갑용의 노동운동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10년간 현대중공업 노조에서 벌인 노동운동과 3년간의 민주노총 위원장, 4년간의 울산 동구청장 시절 등 그가 내디딘 길을 담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책을 쓴 이유로 "민주노총도 살리고 싶었다"며 "사람으로 치면 이제 15살을 바라보는 나이인 민노총이 오늘날 왜 이렇게 됐는지, 위원장을 했던 내부자로서의 경험과 조직 밖에서 경험한 외부자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진단해보고자 했고 솔직한 비판만이 민노총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해 가혹하다 싶을 만큼 가감 없는 비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민노총의 정파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다"며 "민노총의 중앙 권력을 차지한 정파들은 문제가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지도부를 장악하고 대의원을 조직해 무마하거나 그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해왔는데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커지게 됐고 조직이 받은 상처는 치유되기보다는 임시봉합으로 인해 되려 퇴보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내가 만난 노동운동가 대부분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또 바꿔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저런 음흉한 이유로 감춰왔던 사실에 대해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밝혀두지 않으면 결국 그것들이 우리 발등을 찍는 날이 언제든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어 "민노총의 취약점은 직접 조합원이 없다는 것"이라며 "민노총이 힘을 가지려면 조직을 서로 뭉치게 해야 하는데 정파들이 택한 방법은 어려운 결합 대신 자기 조직 챙기기였고 조직을 갖지 못한 사람, 즉 정파에 소속 안 된 사람은 점점 조직에서 밀려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위원장은 "나는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김 전 대통령과 세 번, 노 전 대통령과는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 파업 때 골리앗에서, 이후 울산 동구청장 때 만났다"며 "김 전 대통령은 산별대표자들과 함께 처음 만났을 때 우리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선생님의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악법은 투쟁으로 깨야 한다'는 명연설로 노동자들을 설레게 했지만 이듬해 골리앗 파업때 골리앗에 올라와 '그만큼 했으면 됐으니 내려가서 투쟁하자'며 태도가 달라졌다"며 "이후 구청장 시절 세 번 만났는데 공무원노조에 대한 입장차가 극과 극이었다"고 전했다. 철수와 영희 간. 380쪽. 1만5000원.(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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