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2일 화요일

`대통령님, 일요일은 밥 안하게 해주세요`

청와대 조리사가 꼽은 '얄미운 직원 베스트 5'
"MB, 역대 최다 직원식당 방문 대통령"

이길호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 1회, 김대중 전 대통령 2~3회, 노무현 전 대통령 2회, 이명박 대통령 현재까지만 15회 정도. 다름아닌 청와대 경력 25년차 베테랑 조리사가 밝힌 '직원식당에서 대통령을 만난 횟수'다.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에서 일하는 조리사 5인이 '청와대 직원식당'의 숨은 이야기를 블로그 '푸른팔작지붕아래'에 털어놓았다. '얼리 버드(Early Bird)' '일하는 정부'에서 늘어난 업무량부터 역대 대통령의 방문, 직원들과의 에피소드까지 청와대 식당 속사정을 조리사들이 21일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들어 가장 크게 바뀐 풍경은 직원식당 이용자가 폭증했다는 것. 과거 조식 인원이 170~250명 수준이던 것이 지금은 450명 가량이라고 한다. 사실상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아침식사를 청와대에서 해결하는 셈. 한 조리사는 "아침 출근시간이 빨라져 인원이 늘다보니 아침 5시에 출근해서 7시까지 배식하려면 조리실은 전쟁터가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들이 이 대통령에게 전하고픈 말은 당연 "일요일은 밥 안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조리사들은 "수석님들, 일요일은 회의하지 마세요"라며 애교섞인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바깥에서도 대통령님을 많이 뵙느냐고 궁금해하는데…. 그 전에는 '한 번도 못 봤다' '잘해야 한 두번 뵌다' '정권 시작할 때 아니면 임기 끝날 때, 그렇게 본다'고 말했지만 지금 물어보면 '너무 자주 뵌다'고…."

또 한가지 다른 점은 대통령의 식당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 지난 1985년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해왔다는 한 조리사는 "김영삼 대통령 때는 춘추관(기자동)에서 행사 있을 때 기자들이랑 식사할 때 봤고, 김대중 대통령도 춘추관에 2~3회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위민관에서 1번, 간이식당에서 1번 봤다"면서 "내가 청와대에 오래 있어온 중에 이 대통령같이 많이 뵌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의 직원식당 이용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현직 대통령과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처음 이 대통령께서 오셨을 때 자율 배식이니까 직접 담으시며 '조기 두 마리 먹어도 됩니까'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두 마리 잡수신 적도 있으세요. 또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밀을 써야한다고 하셨어요. 칼국수를 워낙 좋아하셨기 때문에 칼국수를 저희들이 밀어서 만들었어요."

이들은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해서 특별한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 조리사는 "준비는 똑같다. 처음부터 (이 대통령이 직접) 식판들고 밥 뜨시고, 반찬 담으시고"라고 말했다. 다른 조리사는 "맛있게 드셨다고 말씀하시면 보람있다"고 소개했다.

 

"미국산 쇠고기 안먹는다고? 먼저 시식하는 데가 여긴데"

'청와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항간의 루머에 대해서는 손사래쳤다. "안 먹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고부터 우리 청와대가 최고 먼저 썼을걸요? 먼저 시식을 하는 데가 여기잖아요. 조류독감 때도 닭고기를 먼저 들여와서 먹었잖아요. 대통령님도 먼저 시식하시고."

5명의 조리사는 '얄미운 직원' 베스트를 꼽기도 했다. 청와대 직원들이 식당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듯하다. 조리사들이 꼽은 '얄미운 직원'은 △ 자기 입맛만 고집하는 '불만형' △ 이것저것 음식에 토다는 '전문가형' △ 아침 배식시간 전에 미리 와서 요구하는 '나홀로형'과 △ 개인적 이유로 저녁배식시간을 넘기며 식사하는 '버티기형' 등이다. 식사 후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는 기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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