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0일 목요일

`돈가스` `비프가스` - 말·글 갈무리

김충수 시민기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햄버거와 더불어 즐기는 대중적인 서양요리에 돈가스와 비프가스가 있습니다.

'가스'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두툼하게 저며 간을 한 후 빵가루를 씌워서 기름에 튀겨 만든, 가장 대표적인 일본식 서양요리를 말합니다. '비프가스'의 유래를 보면 '비프(beef)'의 일본어 발음 '비후'와 영어 커틀릿(cutlet·저민 고기를 납작하게 다진 덩어리)의 일본식 발음인 카쓰레쓰(カツレツ)를 합쳐서 '비후카쓰레쓰'인데, 이를 줄여서 '비후카쓰'로 일본에서 처음 이름 붙였습니다.

이 일본식 서양음식이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비후까스'가 되었다가 국제공용어인 영어의 영향으로 다시 '비프가스'라는 국적 없는 말이 된 것입니다. 영어 cutlet 앞에 한자어 돼지 '돈(豚)'을 붙여 '돈가스'라고 부른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생선(生鮮)가스'까지 등장했으니 음식과 언어의 자유분방한 변천은 '무죄'인가 봅니다.

국어사전들은 영어식 표기 '포크 커틀릿(pork cutlet)' '비프 커틀릿(beef cutlet)으로 쓰거나, 아예 우리말로 '돼지(소)고기 튀김'이나 '돼지(소)고기 너비 튀김' '돼지(소)고기 너비 튀김 밥' 등을 순화한 표제어라고 올려놓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미 언중(言衆)에 뿌리내린 지 오래인 '돈가스' '비프가스'가 고쳐지기는 어렵겠습니다. 관용을 인정하는 외래어표기 규정에 따라 외래어로 인정함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가스'요리는 결국 서양식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본서 개발한 일본요리이므로 일본어표기법에 따라 적어야 이치에 맞다. 이를 우리나라에서 '소고기튀김' 따위로 순화한 것은 억지라는 생각이다. 이는 '김치'나 '비빔밥'을 일본인들이 '기무치' '비빈파'처럼 완전 일본어로 고쳐 적고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어문조선 장진한 대표는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돈가스' '비프가스'를 심의하신 국어순화위원 님들, 댁의 귀여운 손자·손녀들이 "할아버지, '돈가스' 먹고 싶어요"하는데, "그래, '돼지고기 너비 튀김 밥' 먹으러가자"하면 따라올까 모르겠습니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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