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느슨해진 안보의식 수차례 지적…'북한=주적' 개념부터
'강한 군대' 바탕, 방위산업 전면 재점검 진행
이길호기자
"6.25 이후 휴전상황이 오래 지속돼 우리 군의 긴장이 풀린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지난해 11월 한 민간인이 전방 철책을 뚫고 월북한 사건, 그리고 북한이 북 방송으로 알려준 이후에야 이 사건을 군이 알게 된 점을 질타하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군 기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군 장병 및 사관생도들의 국가관과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발생한 대청해전에서 해군 장병들이 북한 경비정을 격퇴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한 것이 군으로서는 그나마 다행한 일로 평가됐지만,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태가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군 기강과 안보의식 문제는 또 다시 지적됐다.
"분단된 지 60년이 되다보니까 군도 다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21일 이 대통령은 이같이 군 기강 문제를 언급했다.
22일 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 백선엽 예비역 대장 등 군 원로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천안함'관련 오찬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군을 믿지만 관행적으로 계속 해오던 일을 한번 철저하게 돌아보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정비해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군을 믿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됐다.
이 대통령은 "군 스스로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도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해 직접 지휘봉을 잡고 개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천안함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느슨해진 안보의식이 군 전반에 퍼져있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적(主敵) 개념이 사라졌으며 제주해협, 동해 등을 북한이 다니도록 하는 등 너무 약한 모습으로 내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안보라인 관계자는 "이번 천안함 사태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6.25 이후 60년이 지난 시점에서 군이 전반적으로 자성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투기, 헬기 추락 등 모든 사고가 인명하고 관련된 문제"라며 "이 대통령의 지적은 정말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나게 됐는지 근본적으로 돌이켜보고, 그동안 군 간부와 사병들의 안보의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등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군 개혁은 '강한 군대'와 '안보태세 강화'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위산업 선진화도 주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방부는 지난 2005년 수립된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기본계획으로 명칭을 바꿔 6월 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수정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국방개혁 2020을 보완해 내실있게 추진하겠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적정성을 평가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정안은 621조3000억원에 이르는 국방개혁 예산을 599조3000억원으로 재판단하고 50만명으로 줄이려던 병력 감축계획을 51만7000명으로 재조정하는 한편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와 공군의 공중급유기 등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대형 무기획득사업이 줄줄이 연기된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국방개혁기본계획은 2010년 중에 전면적인 수정이 예고되어 있다.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방위력 개선사업과 비효율적인 기관 및 조직이 개혁의 표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개혁기본계획 수정 과정에서 군 내부 또는 군과 외부기관 사이 첨예한 갈등을 보인 것은 이 대통령이 개혁작업에 직접 나서도록 만든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 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군 개혁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일 여야 3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군 관련 부분은 상당 부분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현재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에서 작업을 하고 있고 이번 문제가 터졌기 때문에 더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설치에 언급, "군이 국민으로부터 계속 신뢰받기 위해서는 지금이 변화해야 할 때"라며 "국가 대 국가 사업인 방산수출을 포함해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증과 검토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군과 국민의 안보의식 강화를 위해 노무현 정권 시절 국방백서에서 빠진 '북한은 주적' 이라는 개념이 부활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다음달 열리는 차기 위원회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적 개념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국방백서에서 처음 사용됐으나 2004년 백서에서 삭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주적 개념이 삭제됐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북을 실체적 위협으로 간주해왔다"면서 "용어상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필요하다면 (부활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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