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새벽 팬카페 통해 양심선언…가요계 '술렁'
4집 바누스 6곡 시비...가요계선 "용기 있다"
조광형기자
이효리 "바누스 곡 아냐" 자진고백
20일 새벽 팬카페 통해 양심 선언
가수 이효리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4집 앨범 '에이치-로직'의 일부 수록곡이 남의 곡을 베낀 '표절곡'이라고 시인, 가요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4집 음반 '에이치-로직' 중 무려 6곡이 표절시비에 오르내리면서, 지난 2006년 2집 타이틀곡 '겟차'로 한 차례 표절 논란에 휘말렸던 이효리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귀추가 주목됐었다.
특히 표절 여부와 관련, 작곡가 바누스(본명 이재영)를 중심으로 이뤄진 작곡가 집단 '바누스 바큠'과 자신들의 곡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해외 가수들간에 이견차가 커, 자칫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질 태세였다.
하지만 이효리가 20일 새벽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양심 선언'을 함에 따라 이번 표절시비는 이효리 측의 '완패'로 매조지됐다.
이효리는 "4집 앨범 수록곡 중 바누스 바큠으로부터 받은 곡들이 문제가 됐고, 조사 결과 그 곡들이 바누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표절 시비에 오른)모든 곡들이 외국곡이어서 원작자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이 중 두곡은 다른 원작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원작자와 접촉해 논의 중이고, 나머지 곡들은 저작권협회에 등재돼 있지 않아 원작자를 찾지 못했는데 찾는대로 잘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표절 논란에 대해 말문을 닫아왔던 것에 대해선 "사실여부를 가린 후 여러분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시간이 걸렸다"면서 "처음엔 데모곡이 유출된 것이라는 말을 믿었고 회사를 통해 받게 된 곡들이라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효리는"오래동안 애착을 갖고 준비한 앨범이라 활동을 오래하고 싶었지만 위와 같은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기 전 섣불리 활동을 할 수 없었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하는데 긴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후속곡 활동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효리는 현재 4집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 활동을 마무리한 뒤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고개숙인 이효리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가요계 "이효리 자진고백, 용기있는 결단"
이효리는 팬들에 대한 사과의 말도 전했다.
이효리는 "애착을 많이 가졌던 앨범인 만큼 저도 마음이 아프고 좀더 완벽을 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다"면서 "낙담만 하기보다 행동에 나서 모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표절 논란에 대해 작곡가가 아닌 본인 스스로 밝히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논란으로 피해를 입은 원작자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는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이효리가 표절곡을 앨범에 실은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가요계 관계자들도 놀란 눈치다.
한 관계자는 "한번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가수는 재기가 힘들 정도로 가수 본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는 것이 바로 표절"이라면서 "사실상 표절한 것이 맞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도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가요계의 풍토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며 "이효리가 가수로서의 생명을 걸고 용단을 내린 것 같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2집 활동 당시 '겟차'가 표절 논란에 휘말리며 심적 고통을 겪었던 이효리가 4집 앨범에서 또 다시 표절 시비에 연루된 것을 두고 가요계에선 향후 '여제'라는 타이틀을 내어 줄 수도 있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본인이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니지만 한 가수가 두 번씩이나 표절 논란에 휘말린 것은 그만큼 곡 선정이나 준비 과정에 있어 이효리 측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으로 풀이되는 만큼, 앞으로 후속곡 작업에 있어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효리가 뒤늦게 나마 해당 곡들의 표절 사실을 시인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을 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효리가 차지하고 있는 가요계의 위상과 인기도를 감안하면 굳이 본인의 입이 아닌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간략한 입장 표명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효리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정작 표절 논란에 휘말린 작곡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수 스스로 "모든 문제를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여가수로서 후배들에게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해당 곡들을 표절한 것으로 알려진 작곡가 집단 '바누스 바큠'은 이효리의 양심 선언과 관련 현재까지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 발언도 하지 않고 있다.
'에이치-로직' 중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곡들은 '하우 디드 위 겟', '브링 잇 백', '필 더 세임', '아임 백', '메모리', '그네' 등 총 여섯 곡이다.
바누스 "자신의 데모곡 부른 가수들이 '표절 논란' 부추겨"
해당 해외가수 "데모곡 위한 녹음 참여한 적도 없어" 황당
앨범이 출시된 직후부터 이들 곡들은 네티즌으로부터 외국 가수나 작곡가들의 곡을 베낀 것이라는 의혹에 시달려왔는데 ▲'하우 디드 위 겟(How did we get)'은 미국 가수 제이슨 디룰로의 '하우 디드 위' ▲'브링 잇 백(Bring It Back)'은 캐나다 여성그룹 쿠키 쿠투어의 '보이, 브링 잇 백' ▲'필 더 세임(Feel the Same)'은 캐나다 가수 멜라니 듀란트의 '필 더 세임' ▲'아임 백(I'm Back)'은 캐나다 가수 릴 프레셔스의 '소 인세인' ▲'메모리(Memory)'는 영국 그룹 세컨드 퍼슨의 '디 알파벳 송' ▲'그네'는 그리스 작곡가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작곡한 '더 트레인 리브스 앳 에이트(The Train Leaves At Eight)'와 유사한 것으로 지적됐다(그리스 구전 민요 인용).
실제로 이들 곡들을 비교·분석해 보면 곡의 진행 방식이나 편곡 스타일이 거의 일치하고 있으며 주요 그루브와 멜로디 라인이 대단히 흡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표절 여부를 가리기보다는 누가 표절을 했느냐를 따지는 게 맞을 정도.
이와 관련 이효리 소속사인 엠넷미디어는 "작곡가 바누스에게 확인한 결과, 4~5년 전 유학 시절에 자신이 만든 곡들을 판매하기 위해 영국에서 가이드 녹음을 한 뒤 해외 음반기획사에 데모 씨디를 전달하는 와중 유출된 것 같다"며 "이에 대한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엠넷미디어는 "4집 앨범 발표 전부터 바누스의 데모곡들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알고 있었다"며 "가이드 녹음을 했던 보컬들도 데모 씨디 한 장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었다.
나아가 바누스는 "▲'브링 잇 백'은 캐나다 그룹 쿠키 쿠튀르의 멤버 프랜 케이 ▲'필 더 세임'은 캐나다 가수 멜라니 듀란트 ▲'아임 백'은 캐나다 가수 릴 프레셔스 ▲'메모리'는 영국 그룹 세컨드 퍼슨의 보컬 줄리아 존슨 이 데모곡 가이드 녹음을 했다"고 엠넷미디어를 통해 주장했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의 곡이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해외 가수들이 사실은 바누스의 데모곡을 부른 가수들이었다는 것.
하지만 바누스가 거론한 해외 가수들이 "(자신들은)데모곡 녹음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밝혀옴에 따라 이효리의 표절 논란은 양측 작곡가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양상이었다.
결국 이효리의 실토로 표절 사실이 드러난 바누스는 그동안 자신을 변론했던 모든 발언들이 전부 거짓말이었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
'바누스 바큠'은 이재영를 중심으로 한 7명의 작곡가 집단으로, MBC 드라마 '내조의 여왕' OST, 화요비의 '원스' 앨범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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