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수정안 부결시 기업·대학 유치도 백지화
정총리 "의원들 역사적 책임 갖고 선택해야"
최은석기자
세종시 수정 논란에 대해 "이제는 국회에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14일 라디오 연설은 사실상 '포기'로 해석됐다.
청와대도 수정안의 국회통과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친박계가 수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처리 방법이다. 수정 반대론자들은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청와대와 친이계는 생각이 다르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개별 의원들의 선택을 기록에 남기고 싶어 한다. 오랜 기간 이 문제가 국론분열의 중심에 서 있던 만큼 의원들의 최종 선택을 역사에 남겨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내 상당수 의원들도 이런 움직임에 비판적이다. 이미 국회는 처리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이런 정치적 부담을 떠안아야 함에도 '본회의 표결'을 요구하는 것일까. 이 대통령의 14일 발언에 답이 있다. 이날 6·2 지방선거 뒤 처음 말문을 연 이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세종시 문제는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만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국가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해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을 추진한 것이고 지금도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효율을 생각하든, 통일 이후 미래를 생각하든, 행정부처를 분할하는 것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한분 한분이 여야를 떠나 역사적 책임을 염두에 두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종시 문제는 일반적인 정책과 달리 국운이 달린 문제인 만큼 의원들이 '역사적 책임'을 갖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21일 "당에선 충청권에 대한 표가 중요할 테지만 국정운영을 하는 데 '표'가 우선순위가 될 수 없고 세종시 문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세종시 선거만은 아니었다. 아직도 원안 보다 수정안에 찬성하는 여론도 있다. 때문에 국회도 정확한 민의를 반영하려면 의원 전원이 선택을 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상임위 차원에서 해결할 경우 본회의에서 처리했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며 세종시 처리 방법을 둘러싼 새로운 논란이 촉발될 수 있다고 봤다.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무리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국회의 수정안 부결시 원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수정을 전제로 계획했던 각종 혜택도 백지화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20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정부는 (세종시 입주 예정이었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부지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로 가기로 했던 기업들과 고려대, KAIST 등도 그 같은 결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을 전제로 투자계획을 밝혔던 삼성 한화 롯데 웅진 등의 국내 대기업들도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역시 수정을 전제로 세종시에 캠퍼스를 설립하려했던 KAIST나 고려대 역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해 당사자인 충청권은 이 문제를 두고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 2년 뒤 총선에서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의원들의 고민은 더하다. 수정을 전제로 한 혜택이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불러올 지역 내 여론이 어떻게 바뀔 지 예단하기 힘든 만큼 세종시에 대한 자신의 선택을 기록에 남기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총리'란 비아냥까지 듣는 정운찬 국무총리는 21일 오전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에 참석해 마지막 대국민 호소를 했다. 그가 던진 메시지는 "우리 국민은 길게 보면 항상 옳은 선택을 해왔습니다. 그런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한분 한분 모두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 그리고 역사의식을 지니고 계십니다. 두고두고 후회할 결정을 하실 리가 없습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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