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적 책임 지겠다" 활동 중단 선언
조광형기자
1998년 핑클 1집 'Blue Rain'으로 데뷔, 12년째 가수 활동을 이어온 '여제' 이효리(32)가 가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4집 앨범 '에이치-로직(H-LOGIC)'에 실린 13곡 중 절반에 가까운 6곡이 해외 작곡가들의 작품을 베낀 표절곡으로 드러난 것.
이효리에게 표절곡을 덜컥 안겨 준 장본인은 예명 '바누스'로 활동 중인 작곡가 이재영. 그는 자신이 속한 작곡가 집단 바누스 바큠을 통해 '하우 디드 위 겟', '브링 잇 백', '필 더 세임', '아임 백', '메모리', '그네' 등 총 여섯 곡을 이효리 4집에 실었으나 이 곡들은 모두 기존 가수들의 곡을 무단 카피한 표절곡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이효리의 소속사 엠넷미디어 측은 가수와 소속사 그리고 팬들을 기만한 '바누스 바큠' 측에 법적으로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효리 20일 새벽 양심고백 "표절곡 맞다"
이효리는 20일 새벽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4집 앨범 수록곡 중 바누스 바큠으로부터 받은 곡들이 문제가 됐고, 조사 결과 그 곡들이 바누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고백했다.
이어 "(표절 시비에 오른)모든 곡들이 외국곡이어서 원작자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이 중 두곡은 다른 원작자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원작자와 접촉해 논의 중이고, 나머지 곡들은 저작권협회에 등재돼 있지 않아 원작자를 찾지 못했는데 찾는대로 잘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표절 논란에 대해 말문을 닫아왔던 것에 대해선 "사실여부를 가린 후 여러분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시간이 걸렸다"면서 "처음엔 데모곡이 유출된 것이라는 말을 믿었고 회사를 통해 받게 된 곡들이라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효리는 "오래동안 애착을 갖고 준비한 앨범이라 활동을 오래하고 싶었지만 위와 같은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기 전 섣불리 활동을 할 수 없었고 이런 문제들이 해결하는데 긴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후속곡 활동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효리는 현재 4집 타이틀곡 '치티치티 뱅뱅' 활동을 마무리한 뒤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효리는 "애착을 많이 가졌던 앨범인 만큼 저도 마음이 아프고 좀더 완벽을 기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자책도 많이 했다"면서 "낙담만 하기보다 행동에 나서 모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표절 논란에 대해 작곡가가 아닌 본인 스스로 밝히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논란으로 피해를 입은 원작자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는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프로듀서 이효리 "표절 문제 책임 통감"
사실 이효리는 이번 4집을 발매하며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심적 고통과 부담감을 느껴왔다. 노래만 부르는 가수가 아닌 앨범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앨범을 직접 기획한 이효리는 작곡자와 곡의 선정 과정부터 앨범 컨셉트를 잡는 모든 프로세스를 손수 해냈다.
따라서 표절 논란에 대해 이례적으로 이효리가 직접 입장 표명을 한 것도,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로서 이번 앨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에이치-로직(H-LOGIC)', 즉 이효리만의 논리로 음악을 표현해냈다는 '당당함'을 4집 전면에 내세운 이효리는 최근 대세인 '미니앨범 발매' 풍조에 역행하는 '14트랙 정규앨범'을 출시, 선배 가수로서 본이 될 만한 선례를 남기고자 했다.
따라서 곡 선정에 그 어느때보다 심혈을 기울여왔다. 다양한 장르의 데모곡 1000여곡을 받아 1차적으로 100곡을 선정했고 최종 10여곡을 뽑아 자신의 앨범에 담았다. 특히 2집 당시 표절시비에 휘말렸던 뼈아픈 경험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음악검색 애플리케이션인 '사운드하운드'로 일일이 선정한 곡들을 조사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러나 '에이치-로직(H-LOGIC)'은 명백한 표절곡을 가리지 못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며 이효리에게 '표절가수'란 오명을 쓰게 만들었다.
사실 이효리가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6년 2집 앨범 타이틀곡 '겟차'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은 데 이어 2년 전 대히트를 친 3집 타이틀곡 '유고걸'의 뮤직비디오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캔디맨'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
이효리, 세 번째 '표절 시비'…가수 생명 위기?
이효리는 논란에 휩싸일때마다 인정할 부분은 과감히 시인을 하고 반박할 부분은 자신있게 입장을 밝히는 '정공법'을 구사함으로써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바누스 표절 파문'은 ▲앨범의 절반이 표절곡이라는 점과 ▲이효리가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이라는 점, ▲또 해당 작곡가와 소속사 측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박한 후에 사실이 뒤집어 진 점 등을 고려할때 이전 표절 논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성을 안고 있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이효리는 카페 게시글을 통해 "피해를 입은 원작자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면서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는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효리의 이같은 뒤늦은 양심선언이 이미 앨범을 구입한 팬들이 입은 상처와 실망감을 치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요계 일각에선 "지난 2집에 이어 이효리가 또 한번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이효리' 하면 '표절 가수'란 좋지 않은 선입견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이효리가 자신의 '가수 생명'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효리 역시 이같은 점을 인식, 나름의 결단을 내리고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비단 이번 앨범의 '활동 중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이효리의 향후 가수 활동 전체에 해당되는 말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효리의 자진고백을 가리켜 "용기있는 결단"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시각도 있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한번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가수는 재기가 힘들 정도로 가수 본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는 것이 바로 표절"이라면서 "사실상 표절한 것이 맞다는 분위기가 조성돼도 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게 가요계의 풍토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며 "이효리가 가수로서의 생명을 걸고 용단을 내린 것 같다"는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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