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무상급식 1162억, 식당 설치 300억
질좋은 급식위해서는 '식당 먼저 만들어야'
안종현기자
22일 서울시 동작구 한 초등학교 점심시간. 각 반에서 가장 건장해(?) 보이는 남학생들이 급식 조리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막중하다. 조리실에서 나온 밥, 국, 반찬통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교실까지 나르는 일.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 일이지만, 다른 반에 비해 늦게라도 음식을 공수하면 친구들로부터 엄청난 핀잔을 듣게 된다. 워낙 재적 학생들이 많다보니 음식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배달 순서가 늦을 경우 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다른 반과 많게는 15~20분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점심 자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교실에서 식사하는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6학년 한 교실에서 이날 국 메뉴인 '만둣국'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미 앞서 배식 받은 절반 이상의 학생이 식사를 마쳐가는 상황에서 별관에 설치된 조리실까지 다녀올 수도 없다. 결국 마지막에 배식 받는 학생은 국도 없이 맨밥에 반찬을 얹어 먹게 됐다.
식사를 마치자 갑자기 책상을 뒤로 밀고 당번 학생이 청소를 시작했다. 초등학생이다 보니 바닥에 떨어진 반찬이 많았다. 쓰레받기 하나는 가득 채울 정도다. 면역력이 약한 학생들에게는 위생상 극히 좋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다.

무상급식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학교 급식실(식당) 문제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예전처럼 교실에서 밥을 먹는 것이 위생상, 정서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학교마다 식당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학창시절 교실에서 급식을 받았던 기자가 보기에도 식당이 있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만족도'는 큰 차이를 보일 법도 했다.
때문에 상당수 학부모들은 식당 설치를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실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서울시의 경우 1295개 학교 중 식당을 보유한 곳은 708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식당이 있는 학교도 전체 학생을 소화하기는 좁아, '누구는 식당에서, 누구는 교실에서' 밥을 먹는 상황이 연출된다.
경기도 비슷한 실정. 1857개 초·중·고등학교 중 식당이 없어 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학교는 34%인 639개교에 달한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에 총 30개 학교에 대한 급식, 조리실 확보를 위해 300억원 가량을 편성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1162억원을 편성한 것에 비하면 1/3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언제 식당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약도 없다. 식당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10억에서 20억 사이.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는 규모로는 모든 학교에 식당을 확보하기까지는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멀기만 하다.
질 좋은 급식을 위해서는 '식당이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이들에게는 불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날 취재를 다녀온 동작구 초등학교 교장 A씨는 "무상급식이라는 사회적 화두에는 동의하지만, 기본적인 하드웨어(식당 등 인프라 시설) 확보도 중요하다"며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보편적 복지'라는 이념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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