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콜센터 “대중교통 사용자 신고만” 경찰 “동영상, 사진 등 증거 있어야”
‘블랙박스’ 달아도 측면이나 후면에서의 위협운전 증거는 제출 어려워
전경웅기자
초보운전자 앞에서 일부러 급정거하기 , 방향지시등 안 켜고 끼어들기, 2개 차선 물고 달리기, 횡단보도에 주정차 하기 등 난폭운전을 일삼는 일부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라 승용차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도를 넘은 대중교통의 위험
지난 10월 29일 이른 아침 서울 을지로에서 관광버스와 경기고속의 광역버스가 정면충돌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는 관광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버스끼리의 정면충돌 사고에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이 같은 사고가 예정된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들의 난폭운전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광화문이나 강남대로, 테헤란로, 신촌 현대백화점 앞 등 넓은 길에서는 큰 덩치를 내세워 4차선에서 곧바로 1차선으로 끼어드는 버스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강 다리를 건너는 버스의 속도는 승용차들보다 빠르다. 버스들은 단지 비상등만 켜면 난폭운전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버스의 난폭운전은 시민들의 민원제기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9월 23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상반기 버스 이용불편 신고는 8,293건에 달한다.
택시는 더하다. 낮 시간 업무 때문에 이동하는 승용차 운전자들은 정체 시 무리한 끼어들기, 위협운전, 과속, 갑자기 끼어든 뒤 급정거하기를 일삼는 택시를 매일 본다. 일부 택시 기사들은 승용차 운전자가 젊어 보이면 더 난폭하게 운전하기도 한다. 횡단보도는 물론 가정집이나 영업 중인 가게, 주차장 입구에다 차를 대놓고선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택시도 많다.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 욕설을 해대는 기사들이 많은 탓에 시민들은 ‘더러워 피한다’며 참는 게 대부분이다.
택시 승객들 또한 택시의 난폭함에 혀를 내두른다. 늦은 밤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는 택시, 손님이 술 취한 기색이 보이면 일부러 빙 둘러가는 택시, ‘실수’를 빙자해 야간할증에 장거리 할증까지 바가지를 씌우는 택시들은 이젠 ‘평범한 택시’다. 이런 택시들의 횡포를 참지 못한 시민들의 민원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 2010년 상반기 택시 이용불편 신고만 1만9,076건으로 버스의 2배 이상이다.
대중교통 난폭운전 신고하려면 ‘사진 또는 동영상’ 필수?
문제는 이런 버스나 택시의 난폭운전을 막을 방법이 ‘블랙박스’라 불리는 ‘주행기록장치’ 외에는 없다는 점. 지자체는 대중교통 이용불편 민원만, 경찰은 도로교통법 위반 사항만 단속하는데다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대중교통의 난폭운전으로 심각한 위협을 당했다고 치자. 이때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 다산콜센터’에 대중교통의 난폭운전을 신고하려 하면 “그건 저희들 소관이 아니다”라며 경찰의 교통민원신고센터로 이관한다. ‘120 다산콜센터’에 따르면 지자체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불편사항 등을 관리해 행정처분을 할 뿐 승용차 운전자의 민원은 들어주지 못한다고.
이렇게 전화를 넘겨받은 경찰 측은 “한 쪽의 구두 신고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한다. ‘소명자료’가 무엇인지 경찰청 등에 문의한 결과 대중교통의 난폭운전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말하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증거는 대중교통의 난폭운전 또는 위협운전 당시를 촬영한 동영상 또는 사진.
경찰 관계자는 “난폭운전이나 위협운전 행위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므로 소명자료가 있어야만 쌍방의 시비 없이, 공정한 법 집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중교통 난폭운전, 결국 참는 수밖에
하지만 승용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대중교통의 위협에 허둥지둥하는 상황에서 휴대전화나 카메라로 그 장면을 촬영한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결국 ‘블랙박스’라는 주행기록장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 또한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구두 신고를 받고서 해당 대중교통 기사를 조사하면 ‘그런 일 없다’는 진술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도 난감하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버스에 장착해 활용 중인 ‘버스전용차선 위반단속 카메라’나 택시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블랙박스’를 활용하는 건 어떻냐고 묻자, “그건 ‘사유재산’이라 지자체나 경찰이 감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일부 택시기사와 버스 사업자 등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영상은 삭제하기도 한다고.
결국 대중교통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승용차 운전자들은 ‘블랙박스’를 사서 장착하거나, ‘일부 대중교통 운전자’들의 난폭운전과 위협을 참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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