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기와 괴성 일색, 그가 해설자로 뜨고 있는 이유는?
김은주 기자
“으아아악~ 이겨요! 이겨요! 이겨요! 질주본능~”
노홍철이 아니다, 타잔도 아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의 SBS 해설위원 제갈성렬의 경기중계다.
SBS의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로 시청자들의 ‘해설 선택권’이 사라졌다. 단 한 사람의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중계를 들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튀는 이 한 사람. 17일 현재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의 해설을 맡은 제갈성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일명 ‘샤우팅 해설’로 불리는 제갈성렬의 중계는 '명언집'이 나왔을 정도다. ‘제 2의 빠떼루 아저씨’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제갈성렬,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그의 어록을 정리했다.
◇ 14일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
<밥데옹이 이승훈 선수의 뒤만 가만히 쫓아 달리자>
제갈 : 얄팍한 심정이예요 이거~
<이승훈 선수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자>
제갈 : 이승훈 또 올리고 있어요, 또 올립니다. 아아 이승훈 멋있는데요, 야~ 우와~ 좋아요. 메달이 보여요~ 야~ 야~
<경기 직후>
제갈 : 이승훈선수 이렇게 말합니다. 밥데옹 넌 아무것도 아니다
◇ 16일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 시작, 기록이 20위라도 상관없음>
제갈 : “이야아아~ 좋아요”
<핀란드 선수가 무서운기세로 치고나가자>
제갈 : 와, 얘가 지금까지 가장 빨라요
<빙질문제로 경기가 지연되자>
제갈 : 아~! 정말 지금 제 심정으로는 저 경기장 바닥에 누워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말이죠.
<일본선수가 100m를 9.4초대로 끊었을 때>
제갈 : 으아~~~~~~! 100m구간을 9.4초대에 탄 선수는 쟤 뿐이에요~~~!!
<모태범 선수 금메달 확정 후>
캐스터 : 형들이 못한 걸 동생들이 해주는군요, 이래서 동생 괄시하면 안됩니다. 이렇게 예쁜 막내한테 앞으로는 빨래 같은 허드렛일 시키지 마세요
제갈 : (황급히)요즘은 그런 거 없어졌습니다
<캐나다 선수인 제레미 위더스푼 선수를 가리켜>
제갈 : 이 선수 별명이 숟가락이죠. 이름이 스푼 아닙니까?
<경기를 마친 일본 조지 카토 선수가 빙상장에 누워있자>
제갈 : 네, 편히 쉬시고요
<경기가 끝난 일본선수가 선수복을 벗자>
제갈 : 저 선수 이제 경기가 끝났으니까 옷을 입던 풀어헤치던 상관 없습니다
<일본 선수가 이규혁 선수와의 대결에서 부정출발을 하자>
제갈 : 저런걸 흔히 선수들 사이에서 민폐라고 하죠?
<일본 기자들에게>
캐스터 : 시합 전날 일본 기자들이 빈말이라도 한국이 메달 따길 바란다고 했는데요
제갈 : (무심하게) 네에, 고맙고요.
◇ 17일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자>
제갈 : 이겨요! 이겨요! 이겨요!, 좋아요! 좋아요! 좋아요!
제갈 : 우리나라 선수들 정말 대단하고요. 그동안 올림픽 준비하면서 고통이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 선수들 잘해주는 모습이 정말…(눈물)
캐스터 : 우리나라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갈성렬 위원이 괜히 우니까 저까지…(눈물)
또, 어록 이외에도 제갈성렬 해설의 특징은 ‘더듬거리기’와 알 수 없는 ‘괴성지르기’다. 14일 계속 말을 더듬자, 제갈 위원은 스스로 “지금 아주 긴장이 되니까 말까지 엉킵니다. 하하하”라며 멋쩍어 하기도 했다. 한편, 모태범 선수의 500m경기, 1차와 2차 레이스의 기록 합산 점수가 나오기도 전에 “어~ 어~~!!”라며 비명을 지른 덕분에 시청자들에게 금메달 소식을 더 빨리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갈성렬의 해설에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절제되지 않은 괴성에 가까운 감정표현과 거침없고 솔직한 언변이 선배의 마음이라는 긍정적인 의견과 해설능력 자질 자체가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갈린 것.
실제 14일 그의 첫 중계에서는 그의 해설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었다. 네티즌들은 각종 스포츠 게시판을 통해 "해설자가 하는 말은 ‘좋아요, 아주 좋아요’가 전부다. 뭐가 그리 좋은지", "내 귀를 의심했다. 품격이 너무 떨어진다", “음소거를 하고 봐야할 정도다”라며 비난했다. 전문적인 해설을 원하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져버린 까닭이었다.
하지만, 대회를 거듭할수록 비난 일색이었던 반응이 점차 바뀌고 있다. 한 네티즌은 “더듬더듬 옹알이에 가까운 정돈되지 않은 특유의 말투가 경기를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만든다”고 했고, “승부의 순간엔 누구나 흥분의 도가니다. 나도 소리치면서 방송을 봤다. 제갈성렬 해설자의 목소리가 흔들릴땐 나도 눈물이 났다”고 그를 격려하는 의견도 많다.
SBS 관계자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전문적인 방송인이 아니라 방송의 잣대로 보면 일부 미흡한 모습이 보이기는 한다"면서 "하지만 선수 출신 해설위원으로서의 감각은 탁월하다. 그런 점에서 해설위원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갈 위원 역시 17일 이상화 선수의 금빛 레이스를 지켜보던 중 '샤우팅 해설'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경기를 보다보면 흥분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애교 섞인 말을 던지기도 했다.
※ 제갈성렬은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선수, 코치를 거쳐 춘천시청 감독으로 뛰고있다.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과 98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97 세계종별선수권대회 스피드스케이팅 1000m 3위를 기록했으며 2001년 대한민국 체육훈장 거상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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