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일정으로 둘만의 시간 실종...앞당겨 초콜렛 선물도
제주 등 국내와 항공편도 "대부분이 커플 아닌 가족석"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다가왔다. 가뜩이나 짧은 3일간의 연휴가 주말과 겹치는 통에 고향집을 찾는 직장인들은 휴일이 사라졌다고 울상이지만 밸런타인데이에 연인과의 달콤한 휴가 대신 가족과 설연휴를 보내야 하는 커플들은 울부짖고 있다.
“제발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제주행 항공권 마비... “커플 말고 가족석이 대부분”
12일부터 국내 주요항공사의 항공권은 99%의 좌석이 매진사례를 이뤘다. 특히 연휴의 마지막 날인 15일의 서울행 항공권은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간거리 노선으로 일본이나 중국, 홍콩의 예약이 99% 완료된 상태”라며 “제주선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제주를 중심으로 취항하는 이스타항공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와는 달리 밸런타인데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주말 제주행은 늘 거의 만석이라고 보면 되는데 설날이 겹쳐서 가족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고 전했다. 평소 주말만 해도 커플여행객으로 북적이던 제주행 비행기에 커플들은 각각 남남으로 ‘가족’품에 안겨 여행길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스타항공사의 한 상담원은 “보통 여행사를 제외하고는 두 분이 예약하시는 분들이 많으나 이번 설연휴에는 가족단위나 혹은 가족을 만나러 홀로 비행기에 오르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
한 업체에서 내놓은 초콜릿 세트 ⓒ 뉴데일리
밸런타인데이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80년대. 설날을 전 후로 밸런타인데이가 있었던 적은 몇 번 있었으나 정확하게 일치된 것은 처음이다. 연인들의 ‘축제’인 밸런타인데이를 설날에 빼앗긴 커플들은 ‘여행’ 대신 특별한 추억을 만들 나름의 묘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김미정씨(31)는 미리 밸런타인데이를 택했다. 연인과의 밸런타인데이를 ‘사수’하기 위해 미리 한정판 밸런타인 티셔츠를 초콜릿과 구매해두었다. 김씨는 “일 년에 한 번 뿐인 날인데 평일처럼 보낼 수가 없었어요”라며 연인 몰래 고급레스토랑도 예약해두었다고 귀띔했다.
대학생 김민아씨(27)도 ‘이날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여자들이 화이트데이를 기대하는 것처럼 남자들도 밸런타인데이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기대를 무너뜨릴 수 없어 직접 초코브라우니를 굽고 작은 선물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설날 아침 차례를 마치고 오후에 잠시 남자친구를 만나 선물을 건넬 계획이라고 한다. 이럴 땐 연인의 큰집이 가까운 것도 ‘인연’이라고.
한편, 짧은 연휴에 연인과의 달콤한 시간을 포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직장인 이승재씨(29)는 “밸런타인데이 때 여자친구가 있는 것은 처음이라 연인과 달콤한 하루를 보내기를 기대한 게 사실이지만 지난 연말 취업에 성공해 친척분들께 인사도 드려야해 결국 평소와 다름없는 설날처럼 보내기로 했다”며 아쉬워했다.
밸런타인데이가 ‘대목’이나 다름없는 유통업계는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제품교환권으로 초콜릿 등을 보내는 서비스를 할인서비스까지 감미해 제공하고 있으나 ‘연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초콜릿이 그리 달콤할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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