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일 잘하는 사람" 발언은 '자치단체장' 가리킨 것
합심 당부한 '강도퇴치론' 박근혜 '반격'에 청와대 "오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0일 이명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강도퇴치론'이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당내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충청북도를 향해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어 한다"고 한 말은 이 대통령의 '차기구상'으로 연결지어졌다. 일부 언론의 '부채질'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정치적 상상력이 단정으로 이어지면서 정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풀기자로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가 본 이 대통령 발언의 앞뒤는 이렇다. 먼저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어 한다. 지원하고 싶어 한다"고 언급하기에 앞서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기술력을 언급하면서 '단합된 힘'을 강조했다. 충북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언급, "충북은 과거의 충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곧이어 "정치적 계산,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는 지적했다. "지자체장이 지역발전보다 정치논리가 앞서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새만금 사업이나 4대강 살리기와 관련해 이같은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 '지원하고 싶은 곳'은 지자체를 의미한다. 일할 준비가 된 지역에 중앙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지역 하나하나가 발전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도퇴치론'의 경우는 이 대통령이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강조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우리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에 외국이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현재에 만족할 수 없고, 더욱 조심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계와의 경쟁", 더 나아가 "살아남기 위한 세계의 전쟁"을 설명한 부분이다.
'경제위기'라는 '강도'를 만난 대한민국은 모든 '형제'가 합심해 대처하자고 역설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끼리 싸울 시간도 없고 여력도 없다"며 '강도퇴치론'을 설파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충북도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고 서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과 박 전 대표의 풀이는 달랐다. 이 대통령이 마치 박 전 대표를 '일 못하는 사람'으로 지목한 것으로 받아 들였다. 박 전 대표는 '강도퇴치론'에 대해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원칙'을 강조하는 정치지도자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가리켜 꺼낸 발언으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청와대는 10일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이날자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당부한 것인데 마치 여권내 갈등 증폭으로 곡해해 보도한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내부가 갈등을 일으키거나 정쟁을 별여선 안된다, 화합하고 힘을 모아 국가적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대통령의 진의를 정쟁적 시각에서 쓰면 국민들에게 인식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뭔가 큰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도 업무보고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송광호 최고위원도 이날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정우택 충북지사의 업무보고가 있은 뒤 이 대통령이 '나는 일을 잘해 앞서 가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자치단체장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이 대통령 발언의 취지를 재차 설명했다. 송 최고위원은 "언론에서 앞뒤를 자르고 당내갈등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돌아오는 길에 기자와 만나 "외국 사람들이 보면 우리나라는 국정(현안)이 세종시밖에 없는 줄 알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산적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할 중요한 시기에 '세종시 블랙홀'에 스스로 빠진 언론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08년 11월 중소기업 현장 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정치권의 합심을 강조하면서 '강도퇴치론'을 꺼냈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도 "먼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런 심정으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쳤으면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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